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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시, 수필

먹는 인간 : 헨미 요

도로시517 2017. 6. 5. 11:27

 

 

 

 

 

 

먹는 인간 もの食う人びと

- 헨미 요

 

 

 

 

 

 헨미 요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먹는 것을 관찰한 수필이다. 먹는 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었다. 나라마다, 또 그들의 사정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먹다'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관찰한 작가가 대단했다.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선 먹다 남은 음식을 판다. 부잣집에서 먹다 버린 음식, 예식이 끝나고 남은 음식들은 시장에 팔린다. 작가가 '먹다 남은 음식이에요' 라는 말을 듣고 주저하는 사이 음식을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의 어느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우리 동네, 우리집만 생각해봐도 버려지는 음식쓰레기가 얼마일까. 괜히 부끄러워졌다.

 필리핀 민다니오 섬에서 만난 사람들은 피해자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잔류한 일본 군인들은 깊은 산으로 도망치면서 필리핀 사람들을 납치해 잡아 먹었다. 필리핀 군인들이 잔류 일본 병사들의 오두막을 급습했을 때 그 고기들은 냄비와 반합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금기시되었던 식(食)의 사건이었다. '전쟁 때 범한 과오는 잊어버리는 편이 좋다' 라는 말이 무거웠다.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잊지 말아달라.'고만 했다. 피해자들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말하는데 가해자들은 알지 못한다. 일본 사람으로써 작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동시에 전쟁이라는 건 정말 일어나선 안되는 비인간적인 일임에 또 한 번 동감했다.

 방콕의 교외에는 고양이 통조림 공장이 있다. 일본에서 고양이 통조림은 약 5400엔이다. 통조림 노동자들의 월 수입의 1/3이 넘는다. 노동자들은 8시간동안 꼬박 일하면서 고양이 통조림을 만든다. 그들이 만든 통조림은 일본의 애완 고양이에게 돌아간다. 얼핏 보면 비정상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고양이 통조림 반성론' 같은 것을 노동자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이니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 지, 그것이 누구에게로 가는 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고양이 주인들만이 생각할 뿐이다. '집에 있는 고양이가 먹는 통조림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고양이 통조림만이 아니다. 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것들, 간식들 등 모든 음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밥 한 공기는 농민들의 손길이 99번 간 결과물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작가의 마지막은 대한민국이었다. 유생들과 밥을 먹으며 예절을 배웠고 한명호 선수를 만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다. 1994년, 김복선 이용주 문옥주 세 분들은 자살미수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 보도가 되었었지만 일본에선 깜짝 놀랄만큼 작게 기사화 되었을 뿐이었다. 작가는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 후 한국 땅을 밟았다. 작가는 '이제 그러지 말라.'고 부탁하며 끔찍했던 그 날들의 기억을 나누었다.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서로의 기억들과 역사들이 오고 갔다. 먹는다는 것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먹는 사진, 음식 사진 하나 없는데도 음식들과 그 느낌이 생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기타노 다케시가 한 말이 있다.

 "이 만명의 사람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이 만개의 사건이다."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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