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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도로시517 2017. 4. 21. 14:19

 

봄에 나는 없었다 (Absent in the Spring)

- 애거사 크리스티

 

스포&결말 포함

 

 

 

 

 조앤은 다정한 아내이자 자애로운 어머니이다. 자식 셋은 이미 다 커서 결혼을 했고 그녀는 변호사인 남편 로드니와 둘이서 살고 있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정이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두고 농사를 짓고 싶다는 남편을 조앤은 밤낮으로 설득해야했고 감정조절에 서툴러 맞지도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딸들을 관리해야 했으며 농부가 되고 싶다는 아들을 말려야 했다. 그녀의 노력으로 로드니는 변호사가 되어 바쁘게 일을 하고 있고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아이들을 양육했으며 아이들은 좋은 사람들과 결혼해 잘 살고 있으니, 그녀에게 이제 걱정거리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앤은 기차가 지연되어 황량한 사막에서 며칠 간을 보내게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책을 읽어도 타야하는 기차는 오지 않았다. 숙소에만 머무르기 답답했던 조앤은 무작정 길을 걷기 시작한다. 거리는 더러웠고 불쾌했으며 시간관념이 없어보이는 인도인들은 그녀에겐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그녀는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하나 둘, 놓치고만 살았던 많은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결국 그녀를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한다.

 

 조앤은 자신이 언제나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로드니가 농사의 꿈을 접고 변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 그래서 그녀는 뿌듯해 했고 자신에게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드니는 행복이 빼앗긴 느낌에 우울해했고, 지쳐만 갔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집과 결혼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의 친구를 걸러내고, 간섭했다. 그 결과, 큰 딸 에이버릴은 점점 조앤과 거리를 두었고 오로지 로드니만을 존경했으며 둘째 바버라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을 택했다. 아들 토니는 아예 집을 나가 농부가 되었다.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목표에 가족들을 다그친 조앤은 그렇게 가족 안에서 외톨이가 되어갔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한 일들이 어떤 일인지 어렴풋이 깨달은 조앤은 수없이 반성한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로드니에게 사과할 거라는 그녀의 생각과 달리 낯익은 집과 낯익은 남편을 만난 그녀는 아주 쉽게 전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스스로를 돌아본 사막에서의 시간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외톨이인 것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로드니는 바랬다.

 

 스스로를 발견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고 반성하며 더 좋은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전으로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얼마나 손쉬운 일인지도. 조앤의 여행을 보며 나 또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을 위한답시고 해주었던 말들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나.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더욱 바라게 되었다.

 아마도 조앤은 자신이 외톨이임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알아도, 다시금 잊어버리고 싶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개개인의 행복보다 직업의 안정과 좋은 결혼을 위해 노력을 쏟은 조앤을 크게 비난할 수가 없었다. 조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세상이라니. 문득 서러워졌다. 더불어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이런 류의 소설도 썼었다니 새삼 신기했다.

 

 

 

-

 

 

 

 또 걸핏하면 풍경 속으로 숨어버려서 엄마를 짜증나게 했다. 그런 토니를 두고 에이버릴이 '보호색'이라고 말한 걸 조앤은 기억한다.

 

 "토니는 우리보다 훨씬 더 영리하게 보호색을 쓰거든요."

 

 

 

 그녀(레슬리)는 이런 말도 했다.

"현실의 상황에서 도망치면서 시작하는 것이 공정한 출발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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